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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부동산정책, 또 불협화음 내나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정부가 눌러놓은 재건축시장 활성화 우려
기사입력  2019/03/17 [03:26]   Q방송
▲     © Q방송


또 ‘엇박자’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책과 중앙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 얘기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강남 등 재건축단지가 최근 집값 상승의 진앙지 역할을 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겠다며 지난 3월 12일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은 정부 정책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또 규제냐’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왜 하필 이 시점에 그러한 정책을 내놓는 것인가’라며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와 협의 안한 ‘혁신안’ 

‘도시·건축 혁신안’은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의 전 과정에 서울시가 개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개별조합과 건설사 등 민간이 자체적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는데,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이 관리·조정·지원해 입체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용적률이나 높이 같은 기존의 일반적 계획요소뿐 아니라 경관 및 지형, 가구 구조의 변화, 보행·가로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지별 맞춤형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중 도시건축혁신단(가칭)과 공공기획자문단 등 신설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비계획이 퇴짜를 맞는 경우가 줄어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횟수가 기존 평균 3회에서 1회로 줄고, 소요기간도 20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서울시는 내다봤다. 여기에 현상설계를 할 수 있도록 1억~5억원 공모비용 전액과 공모안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 이번 정책을 ‘도시계획 혁명’이라고까지 소개했다. 다음달 시범단지 4곳을 선정한 뒤 하반기부터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전 사업장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정비사업 추진 기간이 크게 단축되면 자칫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어렵게 눌러놓은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준경씨처럼 세입자 보호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디자인 혁신이 과연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정책이냐는 지적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에서 마구잡이로 재개발·재건축하는 것을 막고 효율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자기 재산을 증식하는 정비사업에, 외관에만 치중하는 정책에 왜 세금을 쓰려고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남 국장은 “정비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소형주택이나 서민주택이 멸실되고 대형화·고급화돼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안정된 시장이 아니다”라며 “워낙 학습효과가 커서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호재가 나오면 ‘베팅’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재료도 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책 효과는 내용의 우수성과 시행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왜 지금 그런 것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혁신안도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자기 권한으로 두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정치적으로 필요에 따라 풀어줬다, 조였다 하면서 앞으로 성과에 따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시가 이번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토부와 아무런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사전에 협의하자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우선 담당부서에 면밀히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엇박자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9월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세제·금융·청약제도 등을 총망라한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던 때였다. 그러나 50층 재건축이 호재로 이슈화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변 재건축단지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줘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대권 꿈에 도심 개발 조바심 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집값은 지난해 초 다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몇 달 후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 않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나온 데다 박원순 시장의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이 터져 나왔다. 이어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 생활을 하며 강북 균형발전안도 내놓았다. 논란이 일자 박 시장이 해당 정책들을 보류했으나 서울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한쪽(중앙정부)에서는 규제하는데 다른 한쪽(서울시)에서는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는 듯한 시그널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결국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풍문이 진리처럼 자리잡게 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한 주택 전문가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였던 참여정부와 달리 뉴타운 사업을 밀어붙이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서울시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표준 공시지가 결정 권한 등을 놓고 정부와 잇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올해에는 광화문광장 설계안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또 광화문광장 확장 재편안을 발표하며 국토부와 협의하지 않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광화문역 신설 추진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서울시가 정부와의 불협화음에도 각종 도시개발 계획을 내놓는 것은 박 시장의 대권 도전 플랜 중 하나라는 관측이 많다. 남은경 국장은 “임기 내에 도심부에 뭔가를 만들어 개발 이미지를 새기려는 조바심이 느껴진다”며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되더라도 이런 개발정책을 박수치고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선 출마와) 부동산정책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정책 기조가 같다. 서로 일부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상시기구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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